아이돌 개개인에는 금방 질려도 아이돌이라는 장르는 십수 년을 파왔는데 이젠 아이돌이라는 장르 자체가 질리는 거 같다. 그것도 그렇고 트친님께서 하신 말이 남자에 질리는 게 큰 거 같다는데 그거에 백퍼 공감이요. 16년부터 남돌판 망한 거 같고 노잼된 것이 꼭 연생풀이나 기획사의 기획력이 성에 차지 않아서 뿐만 아니라 그 즈음부터 메갈이 등장하고 페미니즘이 퍼지면서 한남의 실태에 대해 알아버린 탓도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고로 아이돌 빠순질이란 환상을 사야되는 것인데 한남 실태 뻔히 알고 남돌도 흔한 한남ㅡ아니 오히려 성공해서 더 개차반으로 노는 한남(ex.승리)이라는 걸 알게 되어버렸으니 걔네한테 무슨 환상이 생기겠어. 내가 원래도 아이돌한테 무슨 종교급 환상을 품으면서 덕질한 사람이 아닌데도 한남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거보다 더 최악이기 때문에 그 괴리가 극복이 안 된다.
최대한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끄고 살거나 내 최애만큼은 덜한남일 거라는 필사적인 정신승리&행복회로를 돌리면서 팬질하지만 한남은 어딜가도 한남이라 곳곳에서 한남내가 느껴져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그 한남내를 맡을 때마다 몰입이 깨져버린다. 남돌 팬질을 이어나가려면 어느정도는 눈막귀막하거나 페미니즘 이전의 인식을 가지고 팬질하는 수밖에는 없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듦. 팬질을 위해선 오히려 더쿠처럼 여혐이니 남혐이니 다 차단하고 자기들만의 구세대적 꽃밭에 갇히는 편이 좋은지도 모른다. 이 부분에 있어선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니까. 이래서 더쿠가 팬질하기 좋은(...? 이걸 좋다고 하면 좀 웃긴 거 같지만 달리 쓸 말이 없군) 터전이 된 것도 같고.
그러나 모르면 몰랐지 이미 알아버린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역시 여돌을 빨거나 탈케이팝하는 거 외엔 답이 없는 거 같다. 한남돌 팬질하면 후회와 정병과 고통만 남을 뿐인데 아무리 한남 싫다고 매일 울부짖어도 흥선대원군이라 양남은 취향이 아니고 이성애자라 남돌만 팬질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괴롭따ㅏㅏㅏㅏㅏㅏㅏㅏ 나도 여돌 좋아하고 싶어 아니면 탈케이팝하고 광명 찾고 싶어. 아이돌보다 더 재미있고 몰입할 취미라도 생겼으면 좋겠는데 흐엉응엉 날마다 혐오와 애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것도 지친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