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감상
<꿈의 장>이라는 주제 아래 발매된 두 번째 앨범이니만큼 첫 번째 앨범과 유사한 점이 눈에 보인다. 수록된 곡 분위기가 비슷하다든지, 동화적인 가사를 유지한다든지 하는 것. 다른 점도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동화적이어서 유치한 가사를 뛰어넘어 고딩(중딩?) 갬성을 넣어서 가사가 더 유치해졌다. 곡 퀄리티도 가사 퀄리티도 전작에 비하면 아쉽다. 정규라고 무리하게 트랙을 늘린 것도 아니고 정규 마지노선인 8곡으로 나왔으면서 퀄리티가 이렇다는 것은 정규를 섣불리 발매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몇 곡 쳐내고 미니로 냈어도 됐을 거 같은데 왜 굳이 이 시점에 8트랙 정규인 건지? 정규랍시고 힘주다가 어둠에 다크해지고 퀄도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케이스에 비하면 낫지만 이런 퀄이라면 '아이돌 정규 안 내고 미니만 내는 게 낫다.'는 내 주장에 설득력만 실어준다.
전작의 <Blue Oranageade>만한 곡은 없었다. 완곡을 듣고 감상이 달라지길 바랐으니 그런 거 없었다네요. 아이돌 음악은 '보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바, 안무가 있는 곡들이 없는 곡보다는 낫다고 느낀다. 안무가 있는 곡들이 댄스곡이라서 취향 상 더 점수를 주게 되는 것도 있긴 하다. 다만, 안무가 있는 신나는 곡들은 어째 가사가 죄다 망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가사가 동화 같아서 유치했을 지언정 유행어를 남발해서 유치한 부류는 아니었는데 이번 앨범의 <New Rules>나, <Angel Or Devil>이나 가사가 띠용스럽다.
<New Rules>는 프리뷰부터 방탄소년단 노래스럽더니 작곡진이 그래서 그런가, 보컬 디렉팅조차 방탄소년단스럽고 가사도 그렇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사회에 반항하는 메세지를 담는 그룹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자기가 새로운 룰을 만들어내겠다는 가사가 나와서 당황스럽다. 아무래도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이 불렀어야 될 것 같지만 그렇다고 이 노래마저 방탄소년단한테 가버렸으면 슬펐을 것이다. 그나마 앨범에서 이 노래가 제일 맘에 들고 낫거든ㅋㅋㅋㅋㅋㅋ 안무도 타이틀보다 이쪽을 잘 짠 거 같고 말이다. 컨셉도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마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보다 괜찮았던 <Blue Oranageade>의 기시감이 든다. 연준이가 날라다니는 무대라는 점에서 연준이팬으로서 플러스 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컨셉이라면 역시 연준이지~
<New Rules>가 전작의 <Blue Oranageade> 역할이라면 <Angel Or Devil>은 전작의 <Cat&Dog> 역할 같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팀명부터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함께 둠칫둠칫이라 반대되는 것들을 가져와서 가사로 쓰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주제 자체를 논하는 것이 <Blue Oranageade>고, 서로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 <Angel Or Devil>과 <Cat&Dog>이다. 곡 분위기도 둘이 비슷해서 이 쪽도 여러모로 기시감이 든다. <Angel Or Devil>은 가사가 <New Rules>보다 심각한데, 이쪽도 작곡진에 피독, 슈프림보이까지 있어서 그런가 가사에서 방탄소년단 냄새가 너무 난다. 방탄소년단은 유행어를 가사에 적절하게 갖다 쓰는 것을 오래도록 해왔는데(진격의 방탄, 욜로 탕진잼 등등) 이 노래의 가사가 그 감성 그대로다. '3000만큼 love ya'라든가 '요즘 사귀기 전에 모두 삼귀어' 같은 거 너무 뱅탠갬성인데... 이런 가사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서도 봐야 한다니요. 그래도 천사 가사를 수빈이에게 주고 악마 가사를 연준이에게 준 캐해석만큼은 칭찬해드립니다. Cat&Dog에서도 그렇고 둘의 이미지를 회사에서 잘 이용하고 있는 거 같아서 흐뭇하네요.
타이틀과 커플링 댄스곡을 제외한 곡들은 별의 낮잠 시즌2 느낌이다. 그냥 무난하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더 듣고 싶지도 않은 그런 곡들.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가 개중엔 나은데 그래봤자 <Our Summer> 다운그레이드 정도? <20cm>는 들어보지 못한 정통 R&B라 신선함도 있고 노래도 좋고 가사의 주제마저 좋은데! 옥에 티가 하나 있었으니 '떡볶이 멤버가 필요할 때'라는 가사다. 이게 뭔가요? 이 노래에 왜 이런 가사가 들어가서 산통을 깨는 건가요? 이것도 뭐 고딩들 유행어임? 저는 늙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늙어서 그런가 참 별루네요. 여기서 한 가지 주지해야 할 것은 노래를 부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고딩들과 그 비슷한 나이래도 이 노래를 쓴 사람은 고딩이 아니므로 고딩 갬성을 반영한다고 해도 뭐 얼마나 반영하겠냐는 거다. 마치 영화 은교에서 은교가 '다시는 선생님이랑 안 놀아 정말 듣보잡이야.'라는 대사를 친 것 같은 그런 감성이라 해야할지. 한껏 어린 척 트렌디한 척 하지만 그거 아닌 거 같은데요....? 싶은 그런 거.
타이틀인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정도인데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와 비교해도 딱히 뭐가 더 좋다고 못하겠고 비슷비슷? 그래도 943이 좀 더 빠른 비트라 점수를 주게 되는 면이 있다. 빠 른 노 래 조 아 가사에서 해리포터 주문을 외우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노래 가사의 흐름이 다 해리포터 얘기라서 제목을 괜히 저렇게 지은 건 아니구나 싶다. 이번에도 안무는 별로인데 합체하는 안무가 별로 없어서인지 여론은 좋은 듯하다. 근데 후렴 안무가 예쁘게 안 빠져서 난 차라리 어머뿔이 나은 거 같다. 안무가 전반적으로 지저분하다는 인상이다. 어머뿔은 합체 빼면 나쁘지 않았는데 여기는 뭐 하나 좋은 포인트를 못 찾겠다. 의상도 컴백쇼에서 입은 게 너무 구려서 하아 진짜ㅠㅠㅠㅠㅠ 저 의상 입을 걸 제일 걱정했더니 제일 처음에 입고 나오고 난리. 앞으로는 아디다스 츄리닝이나 교복 같은 예쁜 것만 좀 입혔으면.
이번 앨범은 전작에 비해 랩 비중이 거의 0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줄었다. 덕분에 랩 담당하던 연준이의 보컬 파트가 늘었는데 그 부분은 만족스럽다. 연준이 랩보다 보컬이 낫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음색도 좋아서. 그치만 전작처럼 멤버들 보컬의 매력을 잘 살려준 앨범은 아닌 거 같다. 특히 <간지러워>부터 <Magic Island>까지의 노잼 구간(ㅋㅋ)에서 가성 파티는 귀를 피로하게 하고 보컬 실력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애들이 단체로 고음불가 같고 보컬에 맥아리가 없다. 원래도 보컬 실력이 출중한 애들 모임은 아닌데 그래도 전작에선 그걸 잘 버무렸다면 이번엔 그대로 드러내보인 것 같음. 애초에 빅히트는 보컬에 비중을 안 두는지도. 노래 잘하는 애를 뽑을 생각이 없나봐.
성적
내 감 아직 안 죽어따~ 무난하게 59위로 진입하셨다. 다만 일간은 못 들었다.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는 일간도 들고 주간도 들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 팬덤 스밍 시간에 39위까지 올라간 점을 봐선 팬덤 중복 스밍이 늘었다고 해줘야 하나? 하지만 국내 팬덤이 늘었다고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판 사람이라면 아무도 ㅋㅋㅋ 그렇게 말할 수 없을 텐데 ㅋㅋㅋㅋ 기존 돌덕들의 간잽이 굉장히 활발한 그룹이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팬덤 스밍 시간의 순위 상승도 상승인데 더 놀라운 건 노래 좋다는 반응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최근에 온앤오프 모스코모스코 정도로만 봤는데 모스코모스코는 쌉인정이지만 943이 그정도야....? 데뷔보다 훨씬 좋아진 반응을 보면 한국 돌덕들은 유치한 거 존나 싫어하고, 그들에겐 단지 유치하지 않고 적당한 퀄을 가진 간잽 그룹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에 엄청난 광고 물량 공세도 보여줬고 컴백 전에 떡밥 잘 줘서 그런 부분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회복해놨고 유치함도 지웠으니 '여기가 환승 핫플레이스입니다 어서오세요' 이미지가 제대로 구축이 되었고 간잽들에게 반응도 좋다는 뭐 그런? 어쨌든 이것도 다 수저가 좋아서 가능한 얘기다. 중소는 한 번 잘 되어도 다음 앨범 나가리거나 공백기 조금만 길어져도 푸쉬식인데 수저가 좋으면 공백기가 길어지든 한 번 망하든 그 다음에도 기대감과 관심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ㅋㅋㅋ 갑분수저중요론.
앨범도 첫날에 6만 장이나 팔았다. 요즘 아이돌은 해외 팬덤을 무조건 잡아야 되는 거 같다. 에이비식스가 국내 팬덤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보다 클 것인데 초동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만 봐도. 예전에는 그래도 한국 팬덤이 더 중요하지 이랬는데 이제는 진짜 한국 팬덤 1도 필요 없는 거 같다. 케이팝에 한국 팬덤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건 최근 데뷔한 아이돌 중 그나마 성과 내는 아이돌이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인 것만 봐도 너무나 명백한 바 (예외는 프듀그룹인데 프듀그룹은 첫 번째 앨범이 커하고 그 이후론 오히려 락세라 해외 팬덤 중요성을 역설해주기도 함) 한국 팬은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ㅠㅠㅎㅎ 요즘 아무리 음반 인플레라고는 하지만 초동 10만은 해외 팬덤 잡지 않고서는 어려운데 (예외는 뉴이스트) 초동 10만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탄수저가 좋은 점은 무엇보다 해외를 확실히 잡고 갈 수 있다는 점인데 그런 점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무적이다. 음반 판매량은 오를 일만 남았어.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보다 안 나온다고 하는데 스토리 위주 뮤비에 길이도 길어서 그럴 법 하다. 세계관 놀음하고 싶어서 난리난 뮤비잖아요... 그런 건 별의 낮잠처럼 수록곡 뮤비로 따로 빼시면 안 되냐고요... 예쁜 영상 화보인 건 좋은데 다시 보고 싶진 않은 뮤직비디오임 ㅠ 퍼포먼스 비디오를 따로 내주든지.
파란머리 연준이 반응이 좋아서 흐뭇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서 제일 본업 존잘이니... 당연하다구 생각^^ 연준인 무조건 활동을 해야 된다. 무대를 많이 할 수록 이득이고 공백기 길어질 수록 손해일 수밖에 없다. 공백기는 팬관리로 버텨야 되는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부족하다보니 ㅋㅋㅋ 그런데 정작 본인 때문에 공백기가 길어졌다는 점이 아이러니. 다만 반응이 좋은 것치고 MPD직캠 조회수가 예전만큼 압도적이진 않은 거 같다. 오만 나라 실트 든 거까지는 좋은데 943은 수빈이에게 밀리고 앤오데는 휴닝카이에게 밀렸었고 (지금은 앞지름) ㅋㅋㅋㅋㅋ 해외 인기도 방심은 못할 듯. 휴닝카이는 역시 외퀴들에게 반응 좋을 페이스라고 생각했는데 직캠 조회수보니 티가 나는 것 같다. 춤 실력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서 제일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몸태가 좋고 표정을 잘 써서 보는 맛은 있으니. 이번 앨범은 휴닝카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맛이 있고 거기에 의의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