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얘기하는 세대론은 전적으로 남돌 기준이며 애초에 1~3세대까지 그렇게 구분해왔고 여돌은 안중에도 없었으니까 나도 남돌 얘기만 할 것이다. 여돌은 세대론에선 남돌 부속물처럼 여겨지는 존재였을 뿐이잖어. 4세대는 여돌이 이끌어간다고쳐도.)
2019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있지가 동시에 데뷔하면서 4세대라는 개념이 언론에 처음 언급되었다. 4세대가 열렸다는 말에 그간의 세대론을 접했고 혹은 정립까지 했었던 아이돌 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쟤넨 어디서 튀어나와서는 갑자기 4세대래? 쟤네 인기 많아? 누가 인정함?
이런 반응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동안의 세대 구분은 인기개쩌는 에셈 남돌 출현이 기준이었고 팬들이 암묵적으로 알아서 정하는 것이었는데 1. 에셈도 아니고 2. 인기개쩌는 남돌도 아닌 투바투가 언론을 끼고서는 우리가 바로 4세대요-라고 하니 기존의 세대 구분법에 익숙해진 팬들에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때 세대라는 것은 앞으로 마케팅 용어로 쓰일 뿐이라는 것을 모두 빨리 알아차리고 해산했더라면 좋았겠지만 20년 동안 안 그러고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세대 구분에 목매지 말라고 하면 그게 쉽나. 4세대는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4세대는 더 애매했던 것이 개념의 등장은 2019년 투바투 데뷔부터가 맞는데, 4세대 아이돌로 편입된 아이돌은 어쩌다보니 즈즈즈로 묶인 2017년 데뷔 더보이즈까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4세대가 2017년부터 열렸다는 거야 모야? 이렇게 분쟁거리가 넘쳐나니 4세대 관련해서 말만 나왔다 하면 팬들끼리 맨날 논문 쓰고 싸우고... 절레절레. 2세대식 싸움의 마지막 모습이 아마 세대론 싸움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그럴 것이 세대 구분 자체가 2세대 돌덕들의 유산과도 같은 것이긴 해서.
4세대도 올바르게 나누어진 세대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4세대는 온 것이 맞다 진영에서는 아이돌의 특성과 팬덤의 변화를 4세대 도래의 증거로 들었다. 그 말을 들으면 맞긴 하다. 나의 이전 글인 <<잘생긴 남자 좋아하면 페미니스트인가요?>>에서도 얘기했지만 아이돌 팬덤에 페미니즘이 퍼지고 외모가 최우선 가치가 되는 헤게모니 변화가 있었던 건 즈즈즈 데뷔 즈음이 맞다. 더보이즈는 덥뮤다가 인기가 제일 많고 스트레이키즈도 댄스라차 3명이 인기 많고 에이티즈는 내가 잘 모르는 그룹이라 패스하고 하여간 인기멤까지 딱 맞지 않나. 3세대 아이돌과는 맞지 않는 팬덤 특성을 갖고 있는 그룹이고, 그룹 구성부터 3세대식 포지션 구별 확실한(못생긴 실력멤이 확실한) 그룹들이 아니었다. 투바투부터는 포지션 없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리기까지. 기존 3세대 아이돌과 다른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4세대는 아직 온 것이 아니다 진영에서도 할 말은 있었다. 애초에 세대를 그룹/팬덤 특성으로 나눈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4세대 들어서 그짓거리를 하고 앉았느냐는 것이다. 세대를 인기가 아니라 특성으로 나눌 것이었으면 2세대는 빅뱅이 열었고 3세대는 방탄이 열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1세대는 그렇다쳐도 2세대가 1세대와 비교되는 가장 다른 특성이라면 대중성이다. 아이돌이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꽃을 피운 시기. 그 시기의 선봉장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빅뱅이 아닌가. 동방신기는 활동만 보면 1세대 아이돌과 딱히 다를 게 없었다. 다소간에 신비주의였으며 팬덤이 커서 대중적으로도 알려진거지 노래가 대중적으로 향유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3세대 또한 마찬가지다. 3세대가 2세대와 다른 점이라면 사라져가는 대중성과 방송 출연을 대체할 자체컨텐츠와 SNS의 활용 등이 있을 것인데 엑소는 3세대적 특성이 있는 그룹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해에 데뷔한 빅스나 비에이피는 이 트렌드에 맞게 따라가고 있었지만 엑소는 2세대 그룹처럼 활동하는 그룹이었다. 그 시절 에셈에 자컨이 어딨고 SNS 활용이 어디있어;; 한참 지나서야 방탄소년단 성공한 거 보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따라간 쪽에 가까웠지.
모두가 동의하는 하나의 기준이 없으니 세대 구분 관련해서는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들어보면 쟤 말도 맞고 들어보면 또 쟤 말도 맞으니 얘기가 길어졌다. 2023년 5세대 언플이 나오고나서야 4세대 반대파들도 '그렇구나. 이건 하나의 마케팅 용어일 뿐이었구나. 그래 맘대로 해라. 내년엔 6세대 왔다고 해라.' 이렇게 된 거 같다. 4세대는 언플 첫빠따라 처맞은 거고 5세대부터는 4세대가 닦아놓은 길을 편히 걸으며 언플하면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세대론이 유의미하다고 보는 사람도 없을 거 같다. 4세대까지만 재밌었던 놀이인거지. 그렇게 그 난리를 치던 4세대 왔네마네 싸움도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ㅋㅋㅋ
나는 4세대 반대(?)파였다가 이제는 인정파지만 여전히 '투바투가 2019년에 4세대를 열었다.'라는 말에는 동의가 안 된다. 4세대는 누군가 쨘-하고 열었다기보단 3세대형 아이돌이 끝나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3세대형 아이돌의 마지막은 서바이벌 출신 그룹이라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 워너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메보사랑이라는 개념을 들이밀어서 보컬 실력자를 데뷔멤으로 올리고 그 외에도 보컬 실력이 뛰어난 멤버들이 다수 있었으며 인기 1등도 (물론 다 편집 놀음이지만) 비주얼멤이 아닌 마지막 인기 그룹 워너원이 3세대의 문을 닫아서 그 뒤로 나온 그룹들이 4세대가 된 거 아닐지. 참 타이밍도 적절한 것이 워너원 데뷔한 이후 바로 나온 더보이즈는 어떻게 그렇게 4세대적 특성에 맞게 그룹이 구성되어서 나올 수 있었는지. 보컬 중시 안 하고 외모가 중요하고 뭐 그런 것들 말이야. 약속이나 한 듯이 뒤로 나오는 그룹이 줄줄이 그런 형태였던 것도. 3세대가 왔을 때 빅스 비에이피 방탄소년단 등이 12-13년에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듯 그런 변화가 우르르 반영되는 시기가 있긴 한가봐. 프듀2만 해도 메보사랑이 먹혔지만 프듀엑스에서는 또 안 먹혔잖음ㅋㅋㅋㅋ 진짜 변화 확실함.
이건 여담인데 2016년 데뷔라 누가봐도 3세대인 엔시티를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이 엔시티127은 전형적인 3세대형 구성인데 엔시티드림은 4세대형이라는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아닐 거고 드림은 졸업제였다가 고정이 된 건데도 또 어떻게 그렇게 됐냐. 드림은 어릴 때 데뷔해서 나이마저 4세대랑 맞는 것도 신기하고 ㅋㅋㅋㅋ 참 재밌어. 이 재밌는 놀이가 이제 끝났다는 점이 아쉽구만'ㅅ'